1. 오빠에게 간만에 걸었던 국제전화로 차였던 그날에도 나는 룸메 몰래 2층 침대에서 깜깜한 밤 내내 울다가 출근을 했어. 비싸고 좋은 밥을 먹어도 비싼지도 좋은지도 모르겠고 꿈에 그리던 어딘가엘 가도 행복하지가 않던 시절이었어. 오빠와의 관계에 금이 가서 내 마음에도 내 감정에도 금이 갔는데 금이 간 걸 억누르고 웃으며 일과 사람과 마주하는 게 힘들었어. 또 그렇게 금이간 내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사람이 하나 없다는 사실에 너무 외로웠고. 하는 수 없이 나는 다시 오빠한테 의지했고 오빠 때문에 다친 마음을 오빠에게 케어받으며 오빠를 미워할 수 없게 되었어. 그렇게 힘들게 지내며 일을 하느라 또 오빠와 내 생각으로 얼룩진 하루하루를 보내느라 일을 생각보다 열심히 하지 못했는데도 추천서를 받고 롱텀 인턴 제안도 받았네. 오빠는 왜 나한테 추천서를 롱텀 애인 제안을 안 주지? 인턴보다도 열심히 했는데. 진짜 치사했지만 용서할게. 4년을 오빠에게 치유받았어. 같은 수업에 괜히 맘에 안드는 애가 있으면 오빠한테 뒷담화를 하며 걔 욕을 들어냈고 거기서 통쾌함을 느꼈어. 이유없이 가라앉고 슬픈 날엔 뜬금없이 울면서 전활 걸면 온갖 오글거리는 대사들로 위로받아 내가 드라마 속 손예진이라도 되는 줄 알면서 한없이 의지만 했던 거 같아. 엄마가 아파서 슬픈 날에도 큰이모 몸 속에 암세포가 재발하여 엄마가 울었던 날에도 다예랑 싸워서 속상했던 날에도 아빠한테 혼나서 슬펐던 날에도 친구랑 싸우고 우울했던 날에도 말도 안되는 오해에 화가 났던 날에도 내가 찾았던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오빠였어. 4년간 오빠는 내 주치의이기도 했네. 정말 수고가 많았어. 그치만 이런 내 지랄맞은 감정은 완치가 안되고 매번 지랄이고 오히려 면역력을 잃어 계속 의사를 찾아가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렀어. 내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긴 것처럼 내 감정에도 굳은 살이 생기게 놔둘까? 오빠 난 어떻게 해야되지? 투박하고 딱딱한 굳은살 안에 내 감정을 살게 하고 싶진 않은데. 나는 대체 왜 내 감정도 혼자서 컨트롤을 못 하고 있어? 나에 대한 건 오빠가 다 아니까 알려줘. 주치의 자격으로 처방전이라도 좀 주면 좋겠다. 나도 다 필요 없고 싶어. 제발.

     

  2. 이것은 베니스영화제에서 상영된 바가 있는 에니메이션 이탈리아의 <피노키오>.
    잔잔하고 서정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는 아름다운 영화다.
    포스터는 영화를 담아내는 거지 영화의 분위기를 개박살 내고 너희가 좋아하는 아이돌 목소리가 나오니 어서 지갑을 열어라 하는 ‘광고’를 하는 건 정말 아니라고 본다. 어쩜 저렇게 예쁜 영화를 다 버려놓을 수 있을까. 대한민국 영화판 개짱이다. 저딴 거 하겠다고 영화전공자 말고 경영학과 뽑는건가. 개판이네.

     

  3. 다시 봄봄봄 봄이 왔네요
    그대 없었던 내 가슴 시렸던 겨울을 지나
    또 벚꽃 잎이 피어나듯이 다시 이 벤치에 앉아 추억을 그려보네요

    그대여 나와 함께 해주오
    이 봄이 가기 전에

     

  4. 늙는다는 것은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것으로만 여겨져서 점점 나이가 먹어가는 것이 무서웠다. 어둡고 답답하고 우울한 것들로 치장한 죽음이 나를 끌어 안는단 생각만으로도 공포에 떨었던 나다. 얼굴에 주름이 잡히고 몸 여기 저기가 연약해지는 것이 서글플 늙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는 나만의 방법이 여기있다.

    ‘매력적인 중년의 롤모델을 끊임없이 감시하기’

    심재명 피디를 감시하며 나도 저렇게 되겠지 생각하면 나이 먹어도 참 아름다울 수 있을 거 같다. 서촌을 걷고 얌전한 음식을 먹으며 늘 겸손한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이 어서 되고 싶다. 침대 맡에 있는 은근한 불빛에 의지하여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다가 돈을 벌어다 주는 영화가 아닌 마음을 동하게 하는 영화를 사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싶다. 재미나게 늙어가고 싶다.

     

  5.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정말 예쁘지 않아? 나만 가능하면 언제든지 자신의 구역에 들어와도 좋다고 허락해주는 거 같아서 정말로 기쁘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나에게 많은 걸 줄 수 있지? 그는 기부천사?
    무심한듯 시크하게 맨날 맥북에 꽂아둔다고 했지만 이거랑 눈이 마주치면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는지 너는 모를꼬향~~~! 힁’-‘

     

  6. 아빠와 나는 서로를 엄청 열심히 응원하는 사이다. 상대방이 행복할 수 있다면 진정으로 믿어주는 우리가 참 좋다.

    나도 아빠같은 아내이고 엄마이고 언니이고 친구이고 싶다.

     

  7. 그때를 기억하니 너와 내가 우리란 말로 함께 할 수 있었던 그 날의 사랑들을 잠시 맞잡았던 두 손 차마 놓을 수 없어 붙잡았던 우리라 해도 그립고 그리워 그저 바라만 봐야 했어

     

  8. 왕따였던 이력이 없다. 중학교 시절에 한번 일찐들이 우러러보던 복학생 남자애의 고백을 받았던 게 소문이 나서 일찐들의 미움을 잠깐 샀던 거 빼곤 크게 얼굴 붉히며 지내는 관계도 없었다. 그래서 외롭다는 게 뭔지 잘 모르고 지냈던 거 같다. 촬영장은 철저하게 내 지시대로 움직였지만 그랬기 때문에 난 외로웠다. 지시를 내리는 사람은 나 하나였고 나를 제외한 나머지들은 내 지시를 따르는 사람들이었다. 나때문에 육체적으로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힘든 것을 내색할 수 없었다. 나는 염치가 있는 사람이니까. 두 시간 겨우 자고 일어나서 외로움과 싸우고 시간과 싸우고 나를 향한 장애물들과 싸우는 동안 빠르게 고갈되는 체력에 무너질 것 같았지만 어디선가 무언가가 자꾸만 나를 일으켰다. 힘든 것도 혼자 삭히고 졸린 것도 혼자 삭히고 외로운 것도 혼자 삭혀야 했다. 가끔 틈이 나서 남자친구한테 전활 걸면 마음이 약해져서 눈물이 비집고 나왔지만 어떻게든 빨리 튼튼해져서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가야했다. 저렇게 촬영장비 틈에서 겨우 자는 쪽잠에도 나는 달콤함을 느꼈고 온몸으로 행복했다. 아빠는 이렇게 에너제틱하고 파워풀한 나의 모습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래서 더 최소한으로만 도와주고 싶었다고 했다. 

    내눈엔 여전히 멀버리 가방이 예쁘다. 프로엔자슐러 가방을 가졌으면 좋겠고 샤넬 구두를 신고 이자벨마랑 옷만 입고 싶다. 쟈딕 앤 볼테르 자켓에 레페토 플랫만 신고 다니면 좋겠고 버스나 지하철 때문에 조바심 내지 않고 여유있게 내차로 이동하면 좋겠다. 그치만 멀버리 프로엔자슐러 샤넬 이자벨마랑 쟈딕 앤 볼테르 레페토 모두 나에겐 사연이 없으면 쓰레기다. 최소한 내가 번 돈으로 샀거나 내가 총애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받아야 빛을 발한다. 그냥 얻어지는 것들엔 제 점수는요 0점이다. 

    그래서 나는 내 영화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럽다. 그렇게 힘들게 만들어내서 또 그렇게 힘든 나를 일으켜주고 내가 살아있음을 일깨워준 작업의 결과물이어서. 또 영화는 내가 살면서 가장 재미있게 할 수 있고 하는 동안 내 몸이 부서져도 하고 싶어지는 거라서. 

    좋은 게 좋은 거고 누군가에겐 어차피 벌어야 하는 돈 같이 살 사람이 벌어다 주면 땡큐일 수 있지만 나한텐 아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고 그로 인해 번 돈을 소중히 쓰면서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사랑하면서 살고 싶다. 나이가 먹으면 남들의 나이에 맞추어 애낳고 내 집을 마련하고 하는 것들을 꿈꾸고 싶지 않다. 내 발길이 닿지 않은 저 먼 세상에 가까이 가기 위한 꿈을 꾸고 함께 우리의 무한한 미래를 위해 활기차게 살아가기 위한 인생을 설계하는 사람이고 싶다. 또 그런 사람과 합승하고 싶다. 

    나의 행복이 내 얼굴에 내 몸짓과 내 가족에게 가시적으로 드러났을 때 부러워할 멍청이들을 생각하면 한심하다. 2013년이 뱀의 해고 2014년이 말의 해인가 ;; 여튼 그런 거 없이 2013년 부로 내가 죽을 때 까지 모든 해는 류보라의 해가 되도록 해야겠다. 내 행복은 언제까지나 내가 책임지기로.